스타트업

스타트업과 공리(axiom)

jaeheeko 2025. 2. 11. 00:15

수학에서는 몇 가지 자명한 명제를 공리(axiom)로 정한다. 이는 증명이 필요 없는 전제이며, 모든 이론과 논리가 그 위에서 쌓인다. 예를 들어, 유클리드 기하학에서는 "한 점을 지나면서 한 직선에 평행한 직선은 단 하나뿐이다" 같은 명제가 공리로 작용한다. 이 공리가 없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기하학적 원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항상 실험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피드백을 반영하며 제품을 만들어간다. 하지만 이 과정이 무작정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전제를 바탕으로 쌓아 올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종종 잊곤 한다. 그 전제가 바로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와 택한 솔루션에 대한 믿음이다.

믿음 없이 제품을 만들 수 있을까?

스타트업의 방향성은 절대적으로 불확실하다. 우리가 설정한 문제 정의가 맞는지, 솔루션이 정말 유효한지, 고객이 원하는 것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믿음을 가지고 시작하지 않으면, 무엇도 만들어나갈 수 없다.

믿음 없이 제품을 만들려고 하면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

  • 팀 내에서 끊임없이 방향이 흔들린다.
  • 조금만 데이터가 부정적으로 나와도 쉽게 솔루션을 버린다.
  • 피드백을 반영하면서도, 일관된 개선이 아니라 이리저리 휩쓸린다.

반면, 하나의 공리를 설정하면 그 위에서 논리를 전개해 나갈 수 있다.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와 솔루션이 옳다고 믿을 때, 우리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하고, 데이터를 통해 수정하면서 제품을 발전시킬 수 있다.

스타트업의 공리, 그리고 점진적 학습

물론, 스타트업에서의 믿음은 수학에서처럼 절대 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일정한 기간 동안은 팀이 공리로 삼을 명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해결할 가치가 있다."

"우리가 택한 이 방식이 결국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낼 것이다."

이러한 믿음이 없으면, 우리는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같은 자리를 맴돌게 된다. 하지만 공리를 설정하면, 그 기반 위에서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점진적인 학습과 개선이 가능하다. 물론, 어떤 시점에서는 우리의 공리가 틀렸다는 것을 깨닫고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때 새로운 공리를 설정하면 된다. 그떄 아마 사업 방향이나 제품의 피벗을 하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때까지는 우리가 설정한 공리를 바탕으로 제품을 발전시키고, 그 믿음을 점검하면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믿음이 있어야 속도가 난다

우리는 애자일(Agile) 방법론에 따라 빠르게 가설을 검증하고 실패를 통해 배우려 한다. 하지만, 믿음이 없다면 속도는 의미를 잃는다. 속도란 방향성이 있을 때만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에서 우리가 가진 무기, 즉 솔루션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애써 달려가도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와 솔루션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비록 처음에는 부족하더라도 끊임없이 개선해나가면서 점점 더 나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

 

결국 스타트업의 여정은 변하지 않는 믿음과, 유연한 사고 사이의 균형을 찾는 과정이다. 그리고 우리가 선택한 솔루션이 의미 있다고 믿을 때, 우리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나아갈 수 있다.